조정현 “반도체 장비에 ‘AI 두뇌’…생각하는 기계가 제조업 미래”
조정현 미스릴 대표 ‘안전 AI’ 기반 산업 특화 모델 개발숙련자의 판단·노하우, 장비에 축적장비들이 스스로 이상 감지해 대응뇌공학 박사, 산업 AI 전도사 변신‘생산성과 안전’ 두마리 토끼 잡아“산학연정, 산업 AI 표준 확립해야”

생산가능인구 감소와 숙련인력 고령화가 겹치면서 산업 특화 인공지능(AI)이 한국 제조업의 경쟁력을 지킬 핵심 기술로 떠오르고 있다. 숙련자의 판단과 대응 경험을 AI에 학습시키면 생산성과 수율을 높이면서 작업자 안전도 강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산업별 정밀도와 신뢰성을 충족하고 민감한 공정 데이터를 보호할 독자 기술과 표준 확보가 과제다.
조정현 미스릴(MITHRIL) 대표는 10일 서울 강동구 사무실에서 인터뷰를 갖고 “반도체 등 첨단 제조 장비에 스스로 보고 판단해 움직이는 ‘AI 두뇌’를 탑재하는 것이 목표”라며 “숙련 엔지니어가 늘 현장을 지키지 않아도 수율과 안전을 유지하는 산업 특화 AI를 고도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가 그리는 제조업의 미래는 ‘생각하는 기계’가 일하는 공장이다. ‘공정 장비의 AI 에이전트화’를 통해 장비가 이상 원인을 판단하고 필요한 동작까지 수행하게 한다는 목표다. 장비를 숙련자의 판단과 노하우를 갖춘 로봇으로 바꾸는 셈이다. 이를 위해 GPU·NPU를 장착하고 카메라·센서·제어기기를 연결한 온디바이스 AI 모델 ‘NENYA sVLA’를 개발해 반도체 장비 등에 내재화하고 있다. 그는 “장비가 스스로 진단·운영·문제 해결하는 ‘지능화·로봇화’ 수준은 자율주행차에 빗대면 5단계 중 2~3단계지만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조 대표가 산업 공정의 ‘자율 판단’에 주목한 배경에는 뇌공학 연구 경험이 있다. 미국 오리건대에서 경영학과 정보통신학을 전공하고 해병대 통신장교로 복무한 그는 고려대 뇌공학과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인간의 인지·판단 구조에 영상·센서 정보를 결합하는 멀티모달 기술과 로봇팔·수술용 로봇 등 AI·기계 융합을 연구하면서 첨단 장비도 돌발 상황에서는 숙련자의 경험에 의존한다는 점을 확인했다. 그는 “이 간극을 해소하려 2023년 말 창업해 산업재해 위험을 감지하는 안전 AI로 시장에 진입했다”며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1·2호 기업에 솔루션을 공급하며 영상·센서·작업 데이터를 축적했다”고 소개했다.
그러나 석·박사 연구진이 회사에서 AI를 연구하는 것과 실제 공장의 돌발 문제를 푸는 일은 전혀 달랐다. 그는 “초기에는 예상치 못한 난관이 이어져 구성원의 번아웃과 이탈 위험도 컸다”며 “기술 문제 해결만큼 구성원이 지치지 않도록 애썼다. 기술로 현장 사고를 막고 제조업 경쟁력을 지킨다는 사명감을 공유하는 데 힘썼다”고 털어놨다.
현장을 경험하며 그는 ‘위험을 알아채는 AI’와 ‘기계를 움직이는 AI’의 작동 원리가 본질적으로 같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후 산업기계의 판단·제어를 지원하는 특화 AI로 영역을 넓혔고 현재 국내 최고 수준이라고 자부한다. 이 회사의 AI 모델은 적은 현장 데이터로도 솔루션을 빠르게 구현하는 강점이 있다. 온디바이스 방식이라 장비·설비에서 생성되는 데이터를 자동 수집할 수도 있다.
조 대표는 국내 반도체 장비사, 글로벌 제어계측장비사와 첨단 공정 장비에 AI 두뇌를 내장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미국·중국 빅테크의 범용 VLA 모델이 휴머노이드의 다양한 작업에 초점을 맞춘 것과 차별화된다. 그는 “반도체 장비의 제어 구조와 인터페이스 설계 단계부터 참여했다”며 “숙련 엔지니어의 경험과 노하우를 AI에 담아 장비 안에 남기고 있다. 반도체·시멘트·식품 등 여러 분야에 적용해 범용성도 검증했다”고 자신했다.
국내외 장비·제조 기업의 협력 문의도 이어진다. 특히 글로벌 센서·제어계측·첨단제조 장비사와 향후 5년간 1만 대 이상의 장비에 AI 모델을 적용해 여러 공장에 공급하기로 했다. 해외 보안솔루션사의 관제 장비에도 AI 모델을 탑재한다. 그는 “장애 복구 절차와 책임 범위까지 제시해 파트너의 신뢰를 얻었다”며 “매출은 올해 60억 원, 내년 200억 원, 2028년 500억 원으로 늘 것으로 보고 2년 내 상장을 목표로 한다”고 말했다.
표준화한 AI 엔진을 보급해 기업이 대규모 개발 인력 없이도 기존 장비를 지능화·로봇화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이 조 대표의 비전이다. 그는 해외 AI 의존에 따른 민감한 공정 데이터 유출을 막기 위해 독자 산업 AI 표준 확보에 힘쓰고 있다. 산업 AI 확산을 위해 정부·대기업·장비사·스타트업이 데이터 활용과 안전성 검증, 장비 연동의 공통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부에는 독자 기술의 연구개발부터 현장 실증·사업화까지 잇는 지원 체계와 중대재해 예방 기술 투자 지원 강화를 요청했다. 그는 “산업 장비에 AI 모델을 탑재하면 제조업의 새 활로를 열고 안전 관리 사각지대도 줄일 수 있다”며 “산업 AI 표준을 선도해 제조업 수출을 지원하는 핵심 엔진이 되겠다”고 강조했다.

◇ 조정현 미스릴 대표 주요 일문일답.
-제조 AI가 사람을 대체한다는 인식이 있는데, 실제 현장은 어떤가.
△현장의 문제는 일자리 감소보다 인력 부족과 숙련 기술의 단절이다. 제조 AI는 사람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숙련자의 판단을 모델에 담아 장비에 남기는 기술이다. 산업 특화 AI 표준을 국내 장비에 탑재해 수출하는 것이 목표다.
-숙련자의 판단을 표준화된 엔진에 담아야 제조 경쟁력을 지킬 수 있다는 의미인데.
△생산가능인구 감소와 숙련인력 고령화로 제조업의 AI 전환은 필수다. 핵심 병목은 알고리즘이 아니라 현장 데이터다. 업종별 환경은 다르지만 ‘인지-판단-행동’이라는 구조는 같다. 미스릴은 이를 자율 에이전트 모델로 구현해 적은 데이터로도 새로운 업종에 빠르게 적용하고 있다.
-반도체 등 첨단 제조 장비의 AI 에이전트화도 필요해 보인다.
△기존 자동화가 정해진 작업을 반복한다면, AI 장비는 상황을 인지하고 다음 동작을 스스로 결정한다. 특히 반도체는 작은 판단 오류도 수율과 직결된다. 현재 국내 반도체 장비사와 글로벌 제어계측장비사와 함께 AI 두뇌가 내장된 장비를 개발하고 있다.
-안전 AI에서 제조 AI 모델 기업으로 확장한 배경은.
△박사 과정에서 인간의 인지·판단 원리를 연구하며 멀티모달 AI 기술을 개발했다. 창업 초기에는 이를 위험 감지에 적용해 현장 데이터를 확보했다. 이후 위험을 인지하는 AI와 기계를 움직이는 AI가 본질적으로 같은 문제라는 결론을 내리고 산업 특화 자율 에이전트 모델로 확장했다.
사업 모델은 장비와 생산라인에 엔진을 내장해 라이선스·로열티를 받는 방식과 현장 데이터로 모델을 미세조정·운영하는 방식이다. 안전 AI는 안정적인 매출원이자 데이터 확보 채널이다. 국내에서 검증한 엔진을 해외 장비에도 탑재할 계획이다.
-산업 현장 적용을 위해 장비사 등 제조 현장과 어떤 관계를 구축하고 있나.
△외주업체가 아닌 장비용 엔진 공급사를 지향한다. 장비 제어 구조와 AI의 판단 방식을 설계 단계부터 공동 개발한다. 미스릴은 모델과 학습·재학습 체계를 제공하고 장비사는 이를 제품에 탑재한다.
생산라인에서는 오검출률과 응답 지연, 장시간 가동 안정성을 검증했다. 글로벌 공장 실증을 통해 장애 복구와 책임 범위 등 절차도 점검했다. 현재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 공정 장비를 중심으로 협업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의 범용 로봇 모델이 성장하는 상황에서 한국의 독자 모델이 왜 중요한가.
△미·중 범용 모델은 주로 사람의 작업을 대신하는 데 초점을 둔다. 반도체 장비는 나노 단위의 정밀도와 빠른 판단, 높은 안전성이 필요해 산업 특화 모델이 필수다. 한국은 반도체·디스플레이·이차전지의 정밀한 현장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다는 강점이 있다.
장비의 두뇌를 해외 모델에 의존하면 데이터 유출과 비용·정책 변화에 따른 위험이 커진다. 범용 모델과 정면으로 경쟁하기보다 정밀성과 안전성이 중요한 분야에서 독자적인 표준을 먼저 만들어야 한다.
He is…
고려대에서 뇌공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창업 후 안전 AI를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대상 기업에 공급했으며, 현재 산업 특화 파운데이션 모델 ‘NENYA sVLA’를 고도화하고 있다. 국내 반도체 장비사와 글로벌 제어계측장비사, 관제시스템 제조사 등과 협업 중이다. 2025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상을 받았으며, 2022년 네이버 박사과정 펠로우십과 2019년 정보통신기획평가원(IITP) 글로벌 핵심인재에 선정됐다.
고광본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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